고사리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함평 해보면 산내길의 어느 곳입니다. 김대기 형님네 야트막한 야산인데 산이라기엔 민망하니 둔덕이라 하겠습니다. 김대기 형님은 경효의 남편이고 경효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가갸거겨고교구규 초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습니다. 김대기 형님은 명퇴한 전직 수학 선생. 지금은 솟대 작가로 창작 활동을 하는데 내가 보기엔 나랑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빈둥빈둥입니다. 오랫만에 들러 마무리 단계인 작업실을 구경하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차락차락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나는 조립식 작업실과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와 잔디씨를 뿌려 놨다는 풀밭을 걸으며 "잔디는 풀을 이길 수 없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떠올렸지만 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별 것 아닌 것에 최선을 다하는 김대기 형님의 모습에서 어제의 나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어쨌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둔덕 근처로 향했을 때 어지럽게 자란 일부의 잡풀 사이 목을 숙인 채 외발로 서 있는 고사리를 만났습니다. 고사리의 효능, 효과는 쳇GPT에게 물어 보세요. 나는 고사리를 즐겨 먹지는 않습니다. 가끔 식당에 있는 메뉴판에서 육개장을 시켰을 때 빨간 국물에 섞여 있는 나물이 고사리구나, 하는 정도. 고사리에 대한 나의 기억은 똑 똑, 또는 뚝 뚝과 같은 고사리의 허리를 끊는 경쾌한 즐거움입니다. 이해를 돕자면 님들이 무릎을 펴고 굽혔을 때 관절에서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무념무상과 무아지경 속에서 똑 똑, 뚝 뚝 군데군데 솟아난 고사리를 끊다 보면 어느 시절 어느 때에 들렀던 고적한 산사의 목탁 소리가 풀밭을 깨우고 봄의 꽃뱀이 스르륵 지나갑니다. 고사리 크는 곳에는 뱀이 많다는 속설이 있는데 둘이 친한 사이인가 봅니다. 고사리는 보는 사람이 끊어야 됩니다. 고사리를 끊으면 순이 다시 자라 고사리가 되는데 때를 놓치게 되면 잎이 피어서 고사리가 아닌 잡풀이 됩니다. 양손에 가득 고사리를 끊고 김대기 형님께 당부합니다. "형님. 고사리 훔쳤다고 경효한테 이르지 마"
음... 이렇게 하는 거군.
사진이 첨부되고 음악이나 영상을 곁들인다면 훨씬 낫겠군.